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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조회수 : 1548
2019년 7월 음식디미방 맛 기행

2019년 7월 음식디미방 맛 기행


[7월 음식디미방 체험 단체사진-사진출처 "음식디미방 아카데미 블로그" https://blog.naver.com/fm914]


 웰빙문화대학원 자연건강학과는 지난 7월 13일(토)~14일까지 1박 2일로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의 음식디미방 체험을 진행했다. 본 체험은 한방건강학과의 최윤희 교수님의 지도로 원광약선연구회에서 주관했으며 원광약선연구회원 및 웰빙문화대학원생 약 36명의 참여로 진행되었다.

 음식디미방 체험은 1박 2일동안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을 방문하여 장계향고조리서에 나오는 전통음식시식 및 섭산삼(더덕찹쌀튀김) 만들기 체험과 더불어 전통주 빚기체험을 진행하였고 현장학습으로 두들마을 고택, 입안면 서석지, 삼지연 연꽃테마공원, 영양전통시장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이하 웰빙문화대학원 박경옥 원우의 체험 후기)


글 |박경옥 원우 / 원광디지털대학교 웰빙문화대학원 자연건강학과


[7월 음식디미방 체험 단체사진]

 

 우리는 일상이 무미(無味)해지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한다. 그중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여행의 백미(白眉)라 할만하다. 원광약선연구회에서 기획한 경북영양 장계향선생 음식디미방 여행은 맛깔나는 여행이었다. 수준 높은 반가(班家)음식 시식과 고조리서(古調理書)에 나오는 음식 만들기 체험, 선후배간의 대화는 여행의 깊은 맛을 더했다. 관심이 비슷한 분야 사람들과 만나 즐겁게 먹고 대화하는 여행은 시야를 넓히고 힐링이 된다. 1박 2일 동안 어떻게 보내어 이런 효과가 가능했을까?

  7월 13일, 토요일 아침 6시30분 출발이다. 혹시나 못 일어날까봐 스마트폰과 탁상시계 알람을 맞추었다. 5시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만 하고 전철에 몸을 실었다. 빨리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부회장님이 학교 로비에서 반가이 맞아 주었다. 7시 10분에 모두 모이자 영양 음식디미방으로 출발~

먼저 임원진이 준비한 따끈따끈한 떡으로 아침의 찬기운을 물리쳤다. 한숨 돌린 후 각자 소개를 했다. 어떤 분들이 오셨을까? 김치 전문가, 공단 구내식당을 하시는 분, 어린이집 음식 조리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궁중음식 연구하는 분, 여성복 디자인실장, 화려한 백수(퇴직자), 퇴직을 앞둔 분, 약쑥농부, 반도체 회사원, 대기업연구소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약선(藥膳)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였다. 


  이번 맛집기행은 첫째 날은 『음식디미방』을 쓴 의현당 장씨가 살았던 두들마을,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서 음식시식체험, 두들마을 고택(古宅)둘러보기, 조리서에 나오는 섭산삼(더덕 찹쌀 튀김)만들기를 했다. 둘째 날은 전통주 빚기, 퇴계학파 학맥의 석문 정영방(1577-1650)학자가 조성한 입암면 서석지, 영양군 전통 5일장 방문, 삼지연 연꽃테마공원을 방문 후 서울로 돌아왔다.


  1일차는 현지에 도착하자 바로 전통음식맛을 보았다. 아침을 안 먹었으니 더욱 기대되었다. 음식디미방 점심을 해설과 함께 시식했다. 우리는 정부인상(貞夫人床)을 받았는데 처음 먹어보는 귀한 반가(班家)음식이었다. 전채요리는 감향주와 도토리죽이 나왔다. 감향주는 떠먹는 술로 8도라 약간 취기가 올랐다. 도토리죽은 장계향 선생의 빈민구휼정신이 깃든 음식이다. 그 당시 전쟁과 기근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굶는 백성을 도우기 위해 집 바깥에 솥을 걸고 도토리죽을 쑤어 나눠주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은 연기나는 모습을 보고 한 끼 먹을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음식은 피와 살이 되고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기도 한다. 의현당 장씨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 천지인을 존중하고 성리학을 실천하는 모습은 도토리묵 음식 하나에서도 알 수 있다. 전채, 주요리 한상차림, 후식 모두 매운맛이 들어가지 않아 순하고 편안했다.(340년여 년 전에는 고추가 아직 보급이 안 되었다.) 그중 마늘장아찌는 산초와 소금에 절여 짜고 산초향이 강해 조금 불편했다. 
  오후에 마을투어에서는 조별로 가장 멋진 사진을 해설사에게 보내면 영양고추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세월의 무게가 있는 차분한 고택들이 많아 어디를 찍어도 좋았다. 가마솥 뚜껑을 드는 돌쇠가 되기도 하면서 조별로 즐겁게 놀았다. 그 후 재령이씨 종부 요리 선생님과 함께 섭산삼 조리체험을 했다. ​섭산삼은 더덕을 얇게 잘라 찹쌀가루에 묻혀 튀기고 꿀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최윤희교수님은 설명을 덧붙였다. 더덕은 사삼(沙蔘)과 기미가 같다. 폐(肺)·위(胃)의 음(陰)을 보충하고 진액이 부족할 때 쓰는 식품이다. 주로 고추장 양념을 얹은 더덕구이나 더덕무침은 서늘한 성질에 열(熱)을 더해 음양의 조화를 맞춘 일반 음식으로는 맞지만, 폐음부족(肺陰不足) 혹은 위음부족(胃陰不足)을 위해 먹는 약선으로는 맞지 않다. (현장에서 배우는 약선 강의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죠) 섭산삼은 만들기 쉽고 먹기도 좋아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7월 음식디미방 조리체험 사진-사진출처 "음식디미방 아카데미 블로그" https://blog.naver.com/fm914]


[7월 음식디미방 조리체험 사진]


[7월 음식디미방 조리체험 사진-섭산삼]


 ‘장계향의 꿈‘ 강의를 들을 때는 피곤해서 많이 졸았다. 졸면서 메모하기도 했다. 장계향(1598 –1680년)선생은 83세에 돌아가셨다. 6남2녀를 낳았고 전처자식 2명을 포함, 10명의 자식을 훌륭하게 키웠다. “총명한 효녀, 현모양처. 과학자, 시인, 화가, 서예가. 교육자. 사상가. 사회사업가”였다. 이문열의 『선택』의 주인공이고 유학을 생활에서 실천한 “위대한 어머니”다. 우리는 교과서에 나오는 신사임당은 기억하는데 장계향선생은 우리세대에선 몰랐지만 2014년 고등학교 기술·가정교과서에 나와 지금 세대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장계향선생의 삶에서 주목한 것은 73세에 며느리와 딸을 위해 책을 남겼다는 점이다. 물론 다방면에서 훌륭했지만 책으로 기록하지 않았다면 영양군에서 역사적인 인물로 부각하고 재해석할 수 있을까? 기록을 남기는 것은 문화를 대대로 이어갈 수 있는 토대다. 기록하는 습관을 본받고 책을 계속 써야겠다.



[7월 음식디미방 체험 단체사진-사진출처 "음식디미방 아카데미 블로그" https://blog.naver.com/fm914]


​  저녁에는 영양군에 사는 선배와의 만남이 있었다. 선배님은 퇴직 후 연금을 받지만 활동적인 삶을 살고자 농사를 짓고 학교와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곳곳에 이런 분이 있어야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런 분이 장계향정신을 계승하고 계신 분이 아닐까.

선배님과 대화 후 교수님이 즉석 미니강의를 하셨다. 약이 되는 음식의 궁극적인 목적은 몸이 건강하고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약선인은 장계향선생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장계향선생은 글을 쓰고 조카, 동네사람들을 도왔다. 음식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남에게 보이지 않도록 주머니에 담아 주셨다. 진정한 사람의 맛을 아신 분이였다. 우리 약선인도 음식의 맛, 사람의 맛을 알게 되면 좋겠다. “이거 먹고 너무 행복했어요.” 들으면 된다. 복잡하지 않게 약선음식에서 약으로 하나 쓰고 다른 좋은 재료를 써도 좋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그 사람의 삶이 변할 수 있다. 내 마음이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진정한 약선이 된다. 우리도 장계향선생처럼 살 수 있다. 내가 준 음식으로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진다면 노력이 헛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좋고 관심있는 건 기(氣)를 쓰고 해보라. 한 학기 한 과목이라도 열심히 하면 먹고 산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하다보면 길이 생긴다. 슬로푸드 워크샵처럼 이태리 와인전문가와 농사지은 농부가 발표하듯이 약선도 주제를 설정하고 협업하면 좋다. 여성에게 특별히 좋은 것 등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발표한다. 같이 도와주는 사람들과 성장할 수 있다. 올해 약선테이스팅을 어떻게 준비해야겠다고 계획서를 만들어라. 발표하면 비판받지만 상처받지 않을 역량과 담력을 기를 수 있다. 약이 되는 나물. 과일  곡류. 어육류를 연구하고 발표하면 좋겠다. 올해 하반기 11월달 발표할 날짜를 정하고 하루 일정이 끝났다. 

 교수님의 미니강의 후 한옥방으로 Go,Go! 각 방에 3~4명이 배정되었다. 에어컨을 안 틀어도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가 솔솔~. 숲에서 나는 야생화 향기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침부터 빡빡한 일정으로 피곤함에도 밤12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누워서 뒹굴면서 하는 수다 속에 건강정보, 삶의 지혜가 오갔다.


2일차는 아침 7시부터 40분간 송미영 학우님의 요가와 명상으로 몸을 풀었다.


[7월 음식디미방 명상수련 단체사진]


 아침식사 후 전통주 체험으로 부의주를 담았다. 음식디미방 146가지 음식 중 술이 51가지다. 그중 한 가지가 부의주다. 강사님은 이론과 실습으로 재미있게 전통주 수업을 이끌었다. 요약하면, 우리나라 술은 리큐르다. 좋은 술은 침이 고이고 배가 따뜻해진다. 물의 양은 계절따라 조절한다. 물의 양을 보면 계절을 안다. 청주는 만취가 안 되어 예전에 선비들이 몇날 며칠 술을 먹었다는 말이 가능하다. 술빚기의 6가지 기본요소가 잘 갖추어져서이다. 술의 육재(六材)는 사람, 곡식, 누룩, 물, 도구, 온도관리다. 사람이 6가지 재료 중 하나라는 뜻은 어떤 마음으로 빚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7월 음식디미방 전통주 빚기 체험사진1-사진출처 "음식디미방 아카데미 블로그" https://blog.naver.com/fm914]


[7월 음식디미방 전통주 빚기 체험사진2-사진출처 "음식디미방 아카데미 블로그" https://blog.naver.com/fm914]


  다음은 서석지瑞石池 방문이다. 입암면 서석지는 조선시대 삼대 민간 정원으로 유명하다.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 영양 서석지가 3대 정원이다. 서석지는 도가(道家)사상을 도입하여 연못에 돌을 배치했다. 작은 연못 하나에도 철학 사상을 반영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산채 점심 먹은 후 영양5일장을 둘러봤다. 시장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쇠락해가는 농촌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전통을 보존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삼지연 연꽃테마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잠깐 쉰 후 오후 2시에 서울로 출발했다. 
  원광약선연구회가 주최한 <1박 2일 맛기행!>은 최윤희 지도교수님과 함께했다. 의현당 장씨의 삶과 음식디미방 시설과 음식, 운영을 일부나마 맛보았다. 그분의 정신을 배워 원광약선인으로서 약선음식을 만드는 철학과 가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의 진정한 맛은 무엇일까? 선후배간의 어울림과 대화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나누는 맛이 아니었을까. 여행 소감 발표 때 추진하느라 고생한 부회장님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P.S. 맛기행 끝난 후 약선연구회 회원들의 소감을 함께 공유해본다.


◾수학여행 온 기분이다. 날씨가 좋아 잘 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다. 좋았다. 행복했다.

◾장계향선생은 할머니와 닮았다. 할머니를 생각하며 자작곡을 부르기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환갑 넘어 시험공부에 쫄깃하고 방학이라 놀러 다닐 수 있어 좋다. 음식디미방에 혼자면 못 왔을 것 같다.

◾74세임에도 책을 쓰셨다. 지금 내 나이 50대에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프로그램이 좋아 원광디지털대 예비 신입생으로 찜했다. 

◾프로그램이 좋아  내년에 다른 분들도 이런 기회를 접했으면 좋겠다.

◾고풍스러운 기와, 공기와 물과 연꽃 마음을 편안하게, 술이 좋았다.

◾장계향 인생관을 본받아겠다 아팠다가 되살아나서 좋다.

◾학부 ‘음식 인문학’ ㅡ빨간 감이 익어간다. 시. 동시낭독

◾자기 계발한 장계향에 감명 받았다. 김병기 시인의 호수 시 낭독.

 ◾음식=약. 양념의 원어가 藥念, 즉 음식을 만들 때 드시는 분에게 약이 되도록 기도하는 마음을 담는 의미를 알았다. 몸소 실천하신 삶을 알게 되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아쉬움은 음식의 약리작용과 계절별 요리분리 각 음식조리방법을 재료선택->손질->조리온도>양념순서와 방법을 도표로 해서 누구든 정확한 재현이 될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더욱더 발전시켜 세계화하면 좋겠다. 약선인은 그저 좋다는 감상이나 찬사를 보내 것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을 통한 가르침을 실천해야겠다.

◾300억을 들여 지은 하드웨어가 좀 버겁게 보였다. 관에서 하는 사업은 처음 의도와 달리 지속하기 어려운데 운영자를 비롯하여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았다. 다행히 장계향정신은 세계화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애민구휼정신, 타인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고자 하는 정신이다. 그 정신이 있기에 전국에서 음식디미방으로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 약선인은 기본적으로 음식을 잘 하고 실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신적인 철학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약선인으로 성숙해지려면 물질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영역을 같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것이 되면 5년 후 10년 후 각자의 장계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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